정태춘 2

 

만든이

  • 92년 장마, 종로에서
  • 발행처: 도서출판 한울
  • 페이지: 188쪽
  • 발행일: 1994년 06월

엮은이의 말

 

역사의 짧은 시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기가 시작되었다. 역사의 큰 흐름으로 보아서 5,6년이란 매우 짧은 시기일지 몰라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것은 결코 짧지 않은 시기이다. 그 몇 년 사이에 세상은 몇 번이나 바뀌었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여러 번 엎치락 뒤치락하였다.
정태춘 작품 세계도 이제 그 5년간의 한 시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몇 년전 "정태춘"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공연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와 비합법음반 "아, 대한민국..."으로 극명하게 나타난 그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여, 초기작으로부터 그때까지의 그의 작품을 정리하여 묶어낸 바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음반 "92년 장마, 종로에서"에서 이전과는 또 달라진 90년초 정태춘의 모습을 다시 반강ㄴ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 반가움은 작품 마디마디에 급격하게 달라져 가는 세상에 대한 그의 고민이 진솔하게 배어 있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권의 책이 되기에는 매우 적은 분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 대한민국..." 이후의 작품들을 이렇게 서둘러 독립된 또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것은, 이러한 세상의 급격한 변화속에서 그가 해내는 고민을 좀더 생생한 감으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생각에서이다. 특히 사전심의제도의 철폐를 주장하며 그가 해내고 있는 쉽지 않은 싸움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정태춘은 이 작품들과 이 싸움으로 이 시기를 성실하게 보냄으로써 보다 성숙하게 많은 대중들 속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의 작품과 더블어, 스스로의 입을 통하여 나오는 그의 말들을 될 수 있으면 솔직하고 풍부하게 싣고자 노력했다. 그간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대담과 각 작품들에 대한 그의 뒷이야기는 노래 자체에서 슬며시 베어나온는 그의 생각과 체취를 더욱 강하고 또렸한 것으로 느끼게 해둘 것 이다. 김승근 씨와 박은옥 씨가 찍은 적지 않은 사진들도, 가수로서 혹은 조금은 과장된 의미의 '민주투사'로서의 정태춘이 아닌 이 세상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체취를 솔직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배치하였다. 그간 그의 의욕적인 활동과 작품을 애정 있게 보아온 몇몇 분들의 음반에 대한 감상과 비평들도 그의 작품과 세상의 관계를 보는 데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이 책을 만드는 데에 귀한 시간을 쪼개어 원고를 써주신 그분들께 엮은이로서 고마움의 말씀을 올린다.
1994년 5월에 이영미

 

 

2006년 05월 25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