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지금 한국에선

by 선재 posted Feb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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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지금 한국에선

-‘1600년 불교’ -정신문화 선도, '200년 기독교’-사회문화 주도
-기독교,소외층 수용등 발빠른 복지선교-
-불교 최근 환경 인권 복지등 사회참여-

서구에서 불교열풍이 급속도로 번지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2백년 역사의 기독교(개신교, 카톨릭)세가 여전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구인들이 그들의 정신적 귀의처로서 불교의 자장으로 빨려드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종교인구의 변화를 보면 기독교세의 증가 추세가 뚜렷이 드러난다.
1958년 우리나라(남한) 인구는 2천4백만명. 이 가운데 불교는 386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6%였다.
개신교는 104만명, 천주교는 54만명으로 두 종교를 합쳐도 불교인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러던 것이 71년 불교 710만, 개신교 321만, 천주교 77만명으로 기독교 인구가 불교의 절반을 넘어섰다.(합동연감, 1960, 1972년) 85년에 이르러 불교와 기독교의 신도 수는 역전됐다.
불교인구는 805만, 개신교 648만, 천주교 186만명으로 기독교 인구가 9백만명을 넘어섰다. 85년의 이같은 현상은 95년에도 이어져, 이제는 기독교 인구가 불교를 앞서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95년 불교인구는 1천32만, 개신교 876만, 천주교 295만명이었다.
(통계청 85, 95년 인구 및 주택센서스)
사찰과 교회당의 수도 급격한 변화를 나타냈다.
58년~95년에 이르는 4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찰과 교회당은 많게는 10배 이상 늘어나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를 나타냈다.
95년 불교(11,561) 개신교(58,046) 천주교(1,019) 유교(234) 등 4개 종교의 사찰과 교회당의 수는 7만4천707곳으로 596명당 1곳 꼴을 보였다.(인구 4천4백50만명)
기독교세의 확산은 국가정책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국무위원의 종교분포에서도 확인된다. 김영삼정부 이전의 종교분포를 본지 취재팀이 임의로 추출해 종교를 가진 41명을 조사한 결과, 불교 12명, 개신교 13명, 천주교 16명으로 특정종교에 치우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김영삼정부(92.2~98.2) 5년 동안 재직한 1백75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개신교인 장관이 76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3.4%를 차지했다. 천주교는 27명(15.4%), 불교 23명(13.1%), 무종교 47명(26.9%)이었다.
이 시기 훼불 사례 급증에 따른 불교계의 정부 비판이 빈번했음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군부대 및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의 훼불은 기독교세 확산에 따른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산중 사찰은 방화의 두려움에 떨 정도였다.
김대중정부에서의 국무위원 종교분포도 김영삼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총리를 포함 12개부 14명의 장관 가운데 개신교 8명, 천주교 4명, 불교 2명으로 파악됐다.
기독교세의 급증 추세를 기독교와 산업사회의 관계로 해명하기도 한다. 특히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산업사회와 동질적이었다는 점에서 찾아진다.
권규식교수(경북대)는 “종교와 사회변동은 쌍방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동한다”며 “개신교의 종교윤리를 현대사회에서 구현하는 종교 역할의 변화가 타종교에 비해 빨랐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사회봉사활동 기관의 비교에서 드러난다. 기독교는 교육, 사회소외층 수용 등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교육기관을 보면(97년 기준), 개신교는 대학(신학교 제외)은 43, 고등학교 117, 중학교 100, 초등학교 8곳으로 모두 268개교에 이른다.
천주교는 대학12, 고등학교 36, 중학교 26, 초등학교 6곳으로 80개교. 불교는 대학 3, 고등학교 13, 중학교 14, 초등학교 1곳 등 31개 학교로 개신교의 1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각종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시설운영 현황(97년)에 따르면 전국의 복지시설 1천여개 가운데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곳은 80여개로 10%를 밑돈다. 시설의 절반 가량은 개신교 또는 천주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출판물 및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도 차이는 마찬가지다.
서적 출판량의 종교별 집계는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대형서점의 매장 크기에서 나타나듯 불교출판물은 개신교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불교서적이 경전 풀이 및 법문 중심인 반면 개신교의 것은 언어구사방법론 여름성경학교 운영 등 실제 신앙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포괄하고 있는 점도 비교된다.
기독교세의 확산에 대해 불교계의 시각은 어떤가.
타종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적극적인 신앙과 포교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한 것을 세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또 외래종교로서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 위한 외국의 인적, 물질적 지원, 희생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한 선교활동과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우려도 적지 않다.
개신교는 급속한 신도 수 증가와 함께 교단의 분립을 거듭했으며, 이에따라 교단간 경쟁도 치열했다.
타종교에 대해 공공연히 자행하는 배타적 행위도 이에서 연유하며, 자칫 성장의 요인이었던 적극성이 이제는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 우월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의 양대 종교로 불교와 기독교가 자리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독교가 보다 활성적인 모습을 띠고 있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불교는 오랜 전통성을 배경으로 기도교와는 다른 양식으로 한국인들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다. 기독교가 사회문화를 추구해 왔다면, 불교는 정신문화를 추구해 왔다고 대별된다.
따라서 불교는 고유의 종교적 역할을 사회윤리의 측면으로 확대, 우리 사회와 함께 더불어 나아가는 모습이 요청된다.
그 방향은 탐욕으로 치닫는 물질문명 중심의 세계관, 사회적 불공정, 생태계의 파괴 등 현대사회가 낳은 각종 병폐의 치유에 있다.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우주를 죽음에서 삶으로의 보살핌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불교, 특히 선불교는 세계로 열려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210여 사찰 가운데 미국 145, 일본 10곳으로 지역편중성이 심하다. 이같은 편중은 교포 수에 비례한다.
곧 여전히 해외진출 사찰은 교포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사이트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구인들은 인터넷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불교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 국내 불교관련 사이트는 불교관련 종합정보를 제공하는 ‘부다피아’를 비롯 30여개이다.
심재룡교수(서울대·철학)는 ‘전세계의 불교국가 가운데 한국의 선불교만이 깊은 산중에서 선 공동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종교학자 릭 필드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주창한다.
“한국의 선불교는 같은 선불교 전통의 영향권에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한국의 선불교는 여타 국가들의 경우와는 달리 산업화·현대화의 물결에서 벗어나 여전히 정신적 가난함과 엄격한 수행으로 일관하는 선 본래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화계사 국제선원에는 연중 20여명의 푸른 눈의 납자들이 정진중이다. 안거 때에는 신원사, 송광사 국제선원에서 전통적인 선원의 규율에 따른다. 연등국제불교회관에도 방글라데시, 스위스, 러시아, 영국에서 온 스님들이 원명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선수행을 하고 있다. 미국 프라비던스 관음선원은 명문 하버드대학원 출신의 미국인 현각스님이 주지소임을 보며 다섯 명의 스님들이 수행하며 사찰을 운영하고 있다.
숭산스님의 외국인 제자 150명중 한 사람인 현각스님은 하루도 거름없이 정진하고 있다.
그는 “3천배가 하버드 학위보다 낫다”고 말한다.
 
현대불교 - 173호 [199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