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불교문화재 보존등급 D 이하 ‘42%’

by 선재 posted Aug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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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불교문화재 보존등급 D 이하 ‘42%’
법보신문 이재형 기자 2014.08.08


문화재청, 문화재 특별점검 발표
 불교문화재 69건 중 29건 낙제점
 석굴암·해인사 경판 등 관리 부실
 보수정비 시급한 ‘E등급’도 21건

석굴암(국보 제24호), 해인사 대장경판(국보 제52호), 화엄사 각황전(국보 제67호) 등 국보급 불교문화재의 42%가 구조적 안정성 및 보존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야외에 노출돼 훼손 위험도가 높은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사찰, 서원 등 47개소 소장 유물 등 7393건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의 훼손도·위험도·관리상태 등에 따라 6개 등급(A~F)으로 분류했다. A~C까지는 보존상태가 무난한 반면, D~F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노출되는 단계다. 숭례문 복원사업 부실 논란을 계기로 실시된 이번 문화재청 실태조사 결과 문화재 보존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었음이 거듭 확인됐다.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한 정기·상시 모니터링 183건(2.5%), 보수정비 1413건(19.1%), 즉시 수리조치 87건(1.2%) 등 관련대책이 필요한 보존등급 D~F 문화재가 총 1683건(22.8%)에 이르렀다. 특히 야외에 노출된 석탑 등 다수의 석조문화재는 재질 풍화, 생물오염 등에 따른 잠재적 훼손도가 높아 1601건 중 642건(40.1%)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보존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 전면 활주가 크게 휘어진 구례 화엄사 각황전(국보 제67호). 이곳은 벽체의 회벽바름이 떨어져나가고 있는 등 보존등급 E를 받았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불교문화재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국보 85건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69건(81.2%)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A등급 21건, B등급 2건, C등급 17건, D등급 8건, E등급 21건으로 보존등급 D이하가 무려 42%인 것으로 드러났다.

석굴암은 대좌부와 궁륭천장이 갈라지고 색깔이 변했으며, 해인사 장경판전 안에서는 습기가 발견돼 자칫 전각과 경판이 훼손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엄사 각황전은 처마를 받치는 활주가 크게 휘어져 있을 뿐 아니라 벽체 내·외부 회벽이 떨어져나가고, 마루에 균열이 생겨 당장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 중 하나인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기둥 파손, 공포 및 추녀 처짐, 누수로 인한 부식, 벽체 박락, 공포재 균열 등 문제가 많았으며,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도 부재가 갈라지고 떨어지고 있었다. 특히 쌍계사 진감선사탑비(국보 제47호)는 비신표면의 균열과 탈락은 물론 탑비를 보호하기 위한 보강재가 부식했는데도 방치함으로써 오히려 훼손원인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탑비 주변 성토로 인해 비가 많이 오면 침수의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 황복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7호),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8호), 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 진전사지 삼층석탑(국보 제122호),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국보 제197호), 신선사 마애불상군(국보 제199호), 장항리서 오층석탑(국보 제236호)도 ‘보존등급 E’를 받아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물급 불교문화재에 대한 보존관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전체 6개 등급 중 최하위인 F(즉시조치)등급도 8건이나 됐다.

문화재청은 “특별 종합점검 결과에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보수정비 예산 반영 등 분야별 후속 조치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를 꼼꼼히 추진해 문화재 보존관리의 적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해 숭례문 부실 논란에서도 그랬듯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허술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