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안양루
[중앙일보]입력 2011.01.20
천년 세월 끄떡없는 고려의 명품 건축
종이에 먹펜, 41X58㎝, 2011
펜화 작업을 하면서 미술 원근법과 인간의 시각이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서양화의 원근법은 거리에 따라 크기의 비례가 일정합니다. 사람의 눈은 중심부분만 또렷하게 보고 주변은 흐릿하게 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훑어본 것을 두뇌에서 한 덩어리의 영상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사물은 표준렌즈처럼 보고, 먼 곳은 줌렌즈처럼 당겨 보기 때문에 서양화의 원근법과는 사뭇 다른 영상으로 기억합니다. 중요하거나 아름다운 것은 크게 기억합니다. 이런 인간 시각 특성에 맞추어 펜화를 그립니다. 현장에서 느낀 감흥을 그대로 담기 위해서입니다.
영주 부석사(浮石寺)는 산비탈에 지은 절입니다. 가파른 경사에 법당을 지으려고 쌓은 축대들이 걸작입니다. 큰 돌을 퍼즐 맞추듯 치밀하게 쌓아 1300여 년을 끄떡없이 버텨온 축대를 ‘대석단’이라고 합니다.
누각 건물인 안양루(安養樓) 밑을 오르면 무량수전(無量壽殿)에 이릅니다. 국보 제18호 무량수전은 고려 때 건물로 간결하면서도 품격 높은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무량수전의 특징인 주심포·배흘림기둥·안쏠림과 귀솟음·안허리곡 등의 수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짧은 지면에 다 써넣을 수도 없거니와 읽고 나면 금방 잊게 마련이니까요. 직접 가서 설명을 들으시면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이 마음속에 각인됩니다.
무량수전과 안양루를 그리면서 ‘인간시각도법’을 적용했습니다. 무량수전 현판을 가리는 나무는 좌측으로 옮겼습니다. 대석단을 잘 보이게 하려고 잡목들도 없앴습니다.
김영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