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님을 위한' 아직도 헷갈리나요"
2013-05-13 뉴시스
작곡자 "민주화 과정에 희생된 모든 분 지칭"
【광주=뉴시스】구용희 배동민 기자 = "임을 위한 행진곡, 님을 위한 행진곡 아직도 헷갈리나요?"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결론은 '임을 위한'이 맞는 표기법이다. 이는 두음(頭音)법칙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한글맞춤법 제3장 소리에 관한 것에서의 제10∼12항은 특정 한자음이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 두음법칙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임'과 '님'은 한자음이 아닌 고유어다.
고유어 '임'의 사전적 의미는 사모하는 사람이다. 의존명사나 접미사로 쓰는 '님'은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씨' 보다 높임의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 같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국 '님'이 아닌 '임'이 적합한 표현이다. 여기에 현대국어에서는 의존명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수 없다.
1926년 쓰여진 것으로 기록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 역시 한글맞춤법상으로는 '임의 침묵'이 맞다는 게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발표 이전 완성된 문학작품인데다 넓은 의미의 시적허용에 해당할 수 있어 통상 '님의 침묵'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1920년대 조선총독부가 발표한 사전에는 '임'과 '님'이 동의어로 표기돼 있다. 즉 혼재돼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소설가 황석영씨가 거주했던 광주 북구 운암동 집에서 만들어졌다. 5·18민주화운동이 끝난 1981년 황씨의 집은 현재 광주문화예술회관 자리인 북구 북문대로 60번지였다.
당시 황씨는 이 곳에 거주하며 백기완씨의 '묏비나리'라는 시를 개작했고 여기에 작곡가 김종률씨가 곡을 붙여 '임을 위한 행진곡'이 탄생됐다.
진보진영의 '제2의 애국가'로 불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다음해 2월20일 광주 북구 망월동 시립묘지에서 열린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서 세상의 빛을 봤다.
김종률(55) JR 미디어대표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악보 원본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표기돼 있다"며 "그 당시에는 문법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의 '님'이 가지고 있는 의미처럼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씨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오월 희생자들과 민주화, 자유를 위해 희생당한 모든 분들을 위한 노래라는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어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라고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표현하기로 했으며 그렇게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명실상부한 5월 속 노래로 굳건히 자리매김(공식 기념곡화) 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표현 또는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통일된 표기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