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PageViews   Today : 9 Yesterday : 190 Total : 5760909
Counter Status   Today : 9 Yesterday : 35 Total : 419097
조회 수 14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대수가 부른 ‘타는 목마름으로’는 훨씬 세게 탄다
70~80년대 민중가요 리메이크 앨범 출시한 지금종 씨
2006-06-20  데일리서프라이즈 김세옥 기자


소울부갈로(Soul Boogaloo)밴드 윈디시티가 1970년대의 민중가요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을 레게 스타일로 부르면 어떤 느낌일까.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80년대의 청년들이 과거 쓰디쓴 소주 한 잔과 함께 읊조렸던 ‘타는 목마름으로’를 한국 포크음악의 대부 한대수의 목소리로 지금 듣는다면 그 울림은 여전할까.

1980~80년대 민중가요를 현대의 다양한 음악 장르와 접목시켜 새롭게 재해석해 이달 초 출시한 리메이크 앨범 ‘아가미’에선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민중가요는 여전히 생산되는데 어째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사라졌는지, 왜 민중가요를 이젠 시위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의 고민으로부터 기획된 이번 앨범에는 이적, 스윗소로우, 전제덕, 하림, 한대수, 록밴드 나비효과, 못(MOT), 윈디시티 등 실력파 대중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1979년 불법 제작된 후 지난 2004년 사반세기 만에 정규앨범으로 재발매된 김민기의 노동굿 앨범 ‘공장의 불빛’ 리메이크를 총책임졌던 24살의 천재 음악가 정재일이 이번에도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앨범 전체를 다듬고 조율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진지하고 투박하되 그 자체로서 매력을 지니고 있었던 음악들이 실험정신 가득한 성실한 음악가들의 손에 의해 기존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세련된 모양새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사람의 귀는 물고기의 아가미로부터 진화했다는 스웨덴의 한 연구진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착안해 붙여진 ‘아가미’라는 제목의 이번 앨범에는 ‘노래로 숨을 쉬고, 노래를 숨 쉬게 하는 세상’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19일 오전 서울 운니동에 위치한 문화연대 사무실에서 이번 앨범을 기획한 지 총장으로부터 이 같은 바람이 담긴 ‘아가미’가 탄생하기까지의 얘기들을 들어봤다.

70~80년대 민중가요, 2006년 대중에게 말걸다

-하나의 음악이 소비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더 단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970~80년대 민중가요를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시도로 보인다. 어떻게 기획된 것인가.

“민중가요가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데 대한 안타까움이 늘 있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민중가요가 어떤 형식과 내용을 갖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가능했는데 이젠 그런 게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지금도 민중가요는 계속 발표되고 있는데 말이다. 시위현장에선 거의 같은 음악을 튼다. 그런데 그 음악들도 시위현장 밖에선 불리거나 들리지 않는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런 안타까움을 푸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민중가요 진영에선 이런 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글쎄,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 반응을 접하진 못했다. 조금 더 지나면 알게 되겠지. (웃음) 아마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번 작업을 통해 민중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 특히 이번엔 형식적 측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대중들에겐 민중음악이라는 것이 정형화된 게 아니라고 그리고 민중음악 진영에겐 또 다른 감각을 고민해보자고 말을 걸고 싶었다.”

-안타까움과 자극, 그것이 전부인가.

“이번 앨범을 작업하는데 민중가요 역시 일종의 문화재라는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우리 사회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시기에 시민들이 공유했던 중요한 문화유산인데 점점 대중에게 외면 받으며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민주화운동 시기 정권의 탄압 속에서 불린 노래다 보니 제대로 녹음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들이 많다는 점도 걱정이었다.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완전히 단절되는 게 아닌가. 한시라도 빨리 보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그러나 민중의 입에서 불려야 할 노래가 그저 보존되기만 하는 것도 문제이지 않나. 그래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 했고, 이를 통해 세대 간 교류가 이뤄지길 바랐다.”

-민중가요에 대한 대중들의 ‘낯설음’은 그만큼 듣고 부를 계기가 없다는 점, 다시 말해 사회운동이 과거보다 외면 받는 탓도 있지 않을까.

“물론 사회운동과 민중가요가 떨어져 있진 않다. 그러나 단순히 과거엔 민주화 등을 위한 사회운동이 보다 넓은 지지를 받고 활발했으니 민중가요도 많이 불려 졌고 지금은 그렇지 못해 아니라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민중가요에 도구적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구적 관점에서만 바라봐선 안된다는 얘기다.

사회운동과 노래운동이 반드시 분리돼야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보자. 쿠바 혁명 과정에서 나온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을 혁명가요라 단정할 순 없지만 아니라고 얘기하기도 쉽지 않다. 티쉬 이노호사의 돈데보이(Donde Voy;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같은 노래엔 목숨을 걸고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넘는 가난한 멕시코인들의 현실과 한이 담겨있는데,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를 한 이 노래를 민중가요라고도 아니라고도 말하기 힘들다.”

“음악인 스스로가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사이에 경계를 두는 모습, 한심하다”

-민주화 운동이 치열했던 시기를 경험하지 않은 24살의 젊은 음악가에게 앨범 전체를 지휘하도록 한 까닭이 있나. 그에 대한 천재 베이시스트, 음악가 등의 평을 제외하고 말이다. 과거 민중음악을 하다 메이저 대중음악계로 편입한 인물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나.

“한 때 민중음악을 했다는 이유로 그 이미지를 차용한다는 게 새로운 실험을 하는데 적절치 않아 보였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 참여한 음악가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이 현재 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고정화된 패턴을 갖기 보단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이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한대수씨를 제외하면 참여한 음악인들 모두가 스스로 음악을 선택해 실험에 나섰다.

24살 청년인 정재일이라는 프로듀서를 선임한 까닭도 그가 자신의 음악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정재일씨가 지난 2004년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리메이크 작업을 총책임지면서 민중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을 경험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민중가요엔 거의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투쟁’, ‘동지’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단어에 대해 대중들은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중가요=운동권음악’이라는 등식을 깨기 위해선 사소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

“양면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소위 운동권 용어로 인식되는 정제되지 않은 단어들이 현실을 보다 생생히 전달하는 힘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민중의 언어를, 그게 설사 욕이라 할지라도 바꾸지 말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반면, 민중가요라는 선입견에 갇혀 상투적인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는 분명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가사에 손 댄 노래가 있다. 윈디시티가 부른 ‘미칠 것 같은 이 세상’이 바로 그것인데, 성가풍의 원래 노랫말 ‘예수님이 서서 눈물 흘리며 지체 말고 오라 하시네’를 ‘이 저열한 세상에서 난 뭘 해야 합니까’로 바꿨다. 리듬은 가벼워졌지만 의미는 더 장중해졌다. 원래 가사보다 이 노래가 담고 있는 내용을 더 잘 전달했다.

-몇 년 전 한 듀오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라는 노래의 가사를 ‘동지’에서 ‘친구’로 바꿔 부른 일이 있다. 이런 건 어떻게 보나.

“정확한 의도를 단정할 순 없지만 옳지 않은 시도라고 본다. 왜냐하면 노래에 담겨 있는 내용을 중시한 게 아니라 음악의 경쾌함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지’라는 단어를 ‘친구’로 순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곡에 담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 없이 단순히 상품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연예계는 여전히 정치적 발언에 매우 조심스런 편이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일을 정치입문 준비단계 혹은 연예활동 제약으로 인식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실험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함께 할 음악인들을 섭외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여러 사람들을 접촉했는데 민중가요를 리메이크 한다는 일 자체를 꺼리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기획 당시엔 지금보다 더 실험적인 음반이 되길 원했는데 이런 이유로 의도만큼 못한 부분도 있다. 1960~70년대엔 민요 역시 민중가요로 불려 졌는데 그 중 ‘진주난봉가’를 재즈와 힙합, 랩뮤직을 접목시켜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 실험을 할 음악인들 섭외 등 여러 문제가 제약이 돼 결국 못했다.

이번 음반을 기획하면서 여러 음악인들을 접촉해 본 결과, 앞서 말한 돈데보이 경우처럼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사이에 사실은 큰 경계가 없음에도 그들 스스로 경계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내용의 다를 뿐이지 형식상에선 큰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민중가요에는 대중가요와 마찬가지로 트로트와 록 등 여러 형식이 존재해왔다. 다른 이유도 아닌 스스로 만든 경계에 갇혀 음악인 스스로가 편견을 갖는 것은 솔직히 한심하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조회 수 글쓴이 날짜
378 李東洵 교수의 歌謠 이야기 - 「얼굴 없는 가수」 孫仁鎬 1582 선재 2009.09.28
377 흩어지면 보잘 것 없지만 뭉치면 아름다운 꽃 1598 선재 2007.02.07
376 황성 옛터, 랩 음악, 민중가요 ... 이 영 미 1435 선재 2007.02.07
375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의 상징 <철의 기지> 59 선재 2019.11.10
374 혁명을 꿈꾸는 자여, 이 노래를 부르라! 인터내셔널가 2074 선재 2008.05.14
373 행복한 남사당패, 노래패 소래타래의 큰누나 조원주 - 2007-01-06 58 선재 2016.10.20
372 한송주 길따라 인연따라 [18] - 민중음악가 박종화 358 선재 2017.04.09
371 한보리의 공연가산책-박문옥 콘서트 1540 선재 2007.06.24
370 한데 모인 제주 뮤지션, '큰일' 벌였습니다 - 제주해군기지 반대싸움 3000일 헌정 앨범 <다시 구... 362 선재 2015.08.02
» 한대수가 부른 ‘타는 목마름으로’는 훨씬 세게 탄다 1420 선재 2007.02.08
368 한대수 "민중가요도 사랑 노래입니다" 1940 선재 2007.02.08
367 한국의 인디레이블(19) 인디 - 우리가 인디 정신의 시작이다 1687 선재 2009.09.28
366 한국의 비주류음악 - 민중음악 30년, 인디음악 10년 108 선재 2017.03.19
365 한국 포크음악 발전에 있어서 정태춘의 업적 2198 선재 2007.02.10
364 한국 민중가요와 중남미 민중가요 비교 연구 - 정경은 file 115 선재 2014.11.0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6 Next
/ 26

우리는 감로로 공양하나니 우리에게 죽음도 이미없도다 - Designed by 선재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