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리의 공연가산책-박문옥 콘서트
2007. 05.03
광주음악 보듬고 외길 30년
박문옥 노래 30년기념 5대 도시 순회콘서트 중 두 번째가 지난 4월29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무슨 일을 하든 십년을 꾸준히 하면 일가를 이룬다고 하는데 외길 30년이라니! 가히 장인 정신이 없고서야 흉내내지 못할 일이다.
광주의 음악을 되돌아 본다.
국소남 이장순을 포크음악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소리모아 박문옥이 2세대에 해당할 것이고 창작문화집단 꼬두메가 3세대쯤이 될 것이다. 이후 대학가에서도 많은 노래패들이 꾸려져 활동하게 됐다.
다른 지역에 비해 창작음악이 풍성하게된 근원을 따라가보면 그 선의 끝에 박문옥이 있다. 지역의 정서를 담은 많은 음악들을 담아낼 수 있는 녹음실을 만들어 후배들의 창작욕구를 충족시키고 스스로도 많은 곡들을 발표하며 광주·전남지역만의 독특한 음악 배양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음악이 제도권 음악에 의해 길들여 지고 있을 때 이렇듯 사라져가는 지역 문화를 지켜온 30년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주 음악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포엠콘서트'를 들 수 있다.
처음 시작한지 5년에 이르는 동안 국내의 50여명 시인들의 시세계를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함으로 새로운 예술 양식을 제시해 공연형식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포엠 콘서트를 통해 생산된 창작곡만도 1천여곡에 이르며 그림과 영상물의 제작편수도 방대한 양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김선우 시인의 '봄날의 낙화, 첫사랑'을 끝으로 문화계의 지극한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포엠 콘서트'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6월에 초대될 시인으로 류시화 시인이 내정 되어있긴 하지만 섭외조차 하지 못한 상태. 이유는 자금의 고갈이다.
광주시로부터 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소액의 지원금을 받아 명맥을 유지해오던 것이 올해는 그나마 받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음악형식인 시노래와 새로운 공연형식의 진보적인 성향 때문에 극히 소수의 마니아층만을 만들 수밖에 없는 포엠 콘서트는 자본의 논리보다는 인문학적 논리에 더 가깝게 이해돼야 한다.
시를 통해 새로운 음악어법이 생겨나고 회화, 영화, 연극등이 변화 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포엠콘서트에서 처음 시도됐던 각 장르들의 결합이 이제는 모든 예술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이 되었다.
광주가 문화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소비지향적인 문화예술보다는 창작과 생산중심의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어찌 어찌 우여곡절, 동토에 떨어졌던 씨앗이 추운 겨울을 나고 뿌리를 내려 이제 겨우 움을 터서 꽃을 피우려하는 때, 그만 싹이 잘린 모양새다.
광주를 음악산업의 도시로 육성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광주음악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박문옥씨는 광주의 음악을 들고 5대 도시로 유랑을 나섰다.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