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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0 00:57

풀 - 김수영

조회 수 178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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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작시, 안치환 작곡
음반: 함께 사는 세상 (민중문화운동연합)

 

칼 바람이 붉은 햇살을 갈래갈래 찢고
저 푸르디 푸른 벌판에 목마른 빗줄기 날려
풀이 눕는다. 비바람에 맞서 풀이 눕는다.
거칠게 누워 드디어 울었다. 울다 또 다시 누웠다.

바람보다도 발끝보다도
더 빨리 눕고 울었다
더 먼저 울고 일어선다
아 햇살은 어두움 몰고
풀 영원히 살아 숨쉰다

 

 


김수영 시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우리는 감로로 공양하나니 우리에게 죽음도 이미없도다 - Designed by 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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