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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박노해 작시, 고승하 작곡
음반: 출정전야 (예울림)

 

사람들은 날더러 신세 조졌다 한다
동료들은 날 보고 걱정된다고 한다
사람들아 사람들아 나는 신세 조진것 없네
노동자가 언제는 별 볼일 있었나
찍혀봤자 별 볼일 없네
친구들아 너무 걱정 말라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지 않는가
노동운동 하고나서 부터
참 삶이 무엇인지 알았네

 

 

아름다운 고백
박노해 시

 

사람들은 날보고 신세 조졌다고 한다
동료들은 날보고 걱정된다고 한다

사람들아
나는 신세 조진 것도 없네
장군이 이등병으로 강등된 것도
억대자산 부도난 것도
관직에서 쫓겨난 것도
전무에서 과장으로 좌천된 것도 아니네

아무리 해봤자 12년 묵은 기술이야 몸에 살아 있고
허고많은 일자리 중에 좀 불편하면 어떤가
까짓거 애당초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어 기름쟁이 되어
백년가리 빡빡 기어 봤자
사장이 되것는가
장관자리 하것는가
사무직 출세하것는가
한 서너달 감방 산들 살찌고 편하고 수양되데그랴
노동자가 언제는 별볼일 있어나
조질 신세도 없고 찍혀 봤자 별볼일 없네

벗들이여 너무 걱정 말게
이렇게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가지 않는가
진실로 부끄러이 고백하건대
나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경쟁하는 인간이었네
내게 득이 되면 친구라 했고 손해볼 듯하면 버렸네
동료를 불신하고 필요한 만큼만 알고 이용가치로만 따졌네
좌절과 허망 속에 그저 일하고 먹고 자고 취하고
산다는 의미조차 없이
겉멋과 향락만 동경하며 내 한몸조차 보존키 어려웠네

노동운동을 하고부터
동료와의 깊은 신뢰와 나눔과 사랑 속에
참말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알았네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신뢰와 사랑 속에
동료를 위해 사는 것처럼 큰 희열이 어디 있을까
라면 한 개 쓴 소주 한 병을 노놔 먹어도 웃음꽃이 피고
불안함과 경계가 없이 너나가 우리로 다함께
환히 열린 하나됨 속에서 해방의 기쁨을 나는 맛보네
나의 눈물이 동료들의 웃음이 되고
나의 고통이 동료들의 기쁨이 되고
나의 아픔이 우리들의 희망이 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뜻깊은 생인가

신세 조졌다 해도 좋다
이 땅의 노동형제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는,
죽음 같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의 형틀을 깨부수는
노동운동의 열기찬 대열 속에서
보람과 자랑스런 노동자로
오늘도 낯설은 현장에서
지루함과 수모도 차근차근 삭여 가며
지칠 줄 모르는 투쟁의 불꽃은 타네


우리는 감로로 공양하나니 우리에게 죽음도 이미없도다 - Designed by 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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