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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교실
정일근 작시, 서의동 작곡
앨범: 해맑은 웃음을 위하여 - 해웃음

 
온 세상위로 끝없이 펼쳐지는
하얀 화해와 평등이 나를 뉘우치게 하는날
잠시 교과서를 덮고 저 평등의 나라로
하얀 첫눈을 맞으며 함께 달려가자
흰눈발 사이로 살아오는 얼굴로
나는 너희들의 이름을 너희들은 나의 이름을
사랑과 용서로 힘차게 불러안으며
우리 하나되어 한몸이 되어 달려가자 
 
흰눈발 사이로 살아오는 얼굴로
나는 너희들의 이름을 너희들은 나의 이름을
사랑과 용서로 힘차게 불러안으며
우리 하나되어 한몸이 되어 달려가자 
 
 
 
바다가 보이는 교실 - 정일근
#. 바다가 보이는 교실 연작시중 "9 -첫 눈"을 노래화

 

바다가 보이는 교실 1
-우리반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점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라 첫새벽 맨발로 걷고 싶어라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고
내가 걷고 걸어 가 닿아야 할 그 나라가 있구나

 

바다가 보이는 교실 2
-빈 교실에서  

우리반 화단 가득 흐드러진 팔월 여름꽃
꽃잎마다 싱싱히 돋아나는 아침 이슬인 양
다투듯 금빛 물방울을 튀기며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바다가 환희 보이는 텅 빈 교실
앞 줄 옆 줄 나란히 맞추고 서 있는 빈 책상들을 보면
이제 열세 살 여리고 착한 너희들 마음에
나는 저렇듯 반듯한 형식주의의 칼금을 긋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진다. 풀꽃을 보면 그냥 그대로 고운 풀꽃이 되고
산맥을 보면 힘차게 달려가 푸른 산맥이 되는
중학교 일학년 우리반 아이들에게
자유와 사랑, 나누어진 조국과 슬픈 역사에 대해
더운 가슴을 열어 따뜻이 껴안게 하지 못하고
옳은 것은 항상 옳은 것이라 말하게 하지 못하는,
순응과 적응을 길들이고 있는 분필 묻은 내 손이 부끄럽구나
분단이여, 나누어진 마흔한 해의 우리나라여
남남이듯 남과 북이 무심히 칼금을 긋고 살아가듯
태연히 우리반 아이들 가슴에 칼금을 긋고 있는
죄 많은 시대, 더욱 죄 많은 선생인 내가 두려워진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3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어둔 바다 같구나 말없이
고여 썩어가는 저 검은 바다 밑 같구나
유리창 밖에는 늘 익숙한 어둠,
꽃피는 봄과 찬란한 여름
저리도 넉넉한 우리나라 가을 또한
어둠 깊숙이 묻어두고
기약도 그리운 마음도 없이
지금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저마다 ?표로 가득 찬 머리를 숙이고
밑도 끝도 없이 작은 거부의 몸짓도 없이
우리들은 가라앉고 있구나
늪 같구나 우리가 딛고 사는 이 시대가
스스로 갇혀 가라앉는 늪 같구나
일어서야 하는데 뛰어가야 하는데
잠든 너희들을 흔들어 깨워
저 바다 건너 그리운 마을에 등불 꺼지기 전에
함께 가 닿아야 하는데
유리창 밖에는 어느새 겨울바람이 일고
빈 나무들이며 겨울산이 온몸으로 우는 소리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열다섯 어린 영혼들을 불러 깨워야 하는데
나는 무엇인가?
헐떡이며 넘어가는 시간에 몸을 기대고
말없이 흘러가는 나는 누구인가?
아아, 나는 누구인가?

 

바다가 보이는 교실 4
-보충수업 10년

너희들은 달려가야 한다
한 마리 뻣센 물고기가 되어
작은 시냇물을 만나고 큰 강물을 만나고
마침내 푸른 바다를 만나고 만나
힘차게 달려가야 한다
짧은 초겨울 해는 이미 지고
운동장 가득 길게 누운 어둠
누군가가 죽음의 냄새로
우리 시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열세 살,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반짝 살아오는 너희들을 죽이며
형광등 불빛 아래
흰 분필가루를 날리고 서 있는
이 나라의 보충수업 10년
우리 스스로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하루 일곱 시간 여덟 시간 지치고 지친
후진국 교사인 내 수업보다 더 안쓰러운
우리 아이들아
한마디 거부도 없이 침묵하는 우리 아이들아
너희들 겨드랑이에 지느러미를 달아주고 싶다
저마다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해방과 자유의 지느러미를 달아주고 싶다
나도 너희들과 더불어 해방하고 싶다
유리창 밖 저 컴컴한 죽음과 같은
우리 시대의 어둔 바다와 해협을 지나
언제나 맑은 햇살과 바람이 자유로운 그곳으로
함께 알몸으로 뒹구는 그곳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5
-김 동 식

국민학교 6년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오직 열심으로 배우고 익혀서
중학교까지 가지고 온 것은
김동식이란 이름 석 자와 착실한 인사성
우리집 장남만은 배를 태우지 않겠다는
한 달이면 스무날을 남해바다에 사는
바다에 한 맺힌 아버지의 희망은 아랑곳없이
동식이의 꿈은 언제나 마도로스
비록 제 이름 석자밖에 모르는 일자무식이라지만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멋진 마도로스 킴
가방에는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만 담아
도시락 가득 어머니의 사랑을 담아
오늘도 동식이는 시오리 등교길을 걸어서 온다
들어서 알지도 못하고
새벽 자율학습부터 저녁 보충수업까지
질문 한번 해주는 선생님이 없어도
이미 조숙하여 머리 큰 급우들이
똥식아 똥식아 하인배 부리듯 심부름을 시켜도
그래도 하루 아홉시간 수업이 즐거워
마주치는 선생님마다 올리는 인사가 즐거워
오늘도 동식이는 학교에 온다
이제 어느 선생님도 애타게 가르쳐주지도 않아
부모의 등뼈를 휘게 한 비싼 사립중학교 3년을
글자 한 자 새로이 깨치지 못하고
김동식이란 이름 석자와 착실한 인사성만 배우고 익혀
그렇게 그렇게 중학교 3년을 졸업할지라도
라디오에서 배운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믿음처럼 동식이는 죽은 학교에 온다
시오리 등교길을 걸어서 온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6
-어린 천사가 된 윤우열에게

심장병을 앓는 우열이 체육시간이면
바다가 환히 보이는 운동장 한켠
가을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색종이를 접어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솔숲 사이 바다로 굽어져가는 푸른 오솔길을 따라
단숨에 달려갈 수만 있다면, 새가 되어
바람이 되어 훨훨 날아갈 수만 있다면
우열이의 꿈은 종이비행기가 되어 날아간다
푸른 하늘 푸른 새를 꿈꾸는 우열아
숨이 가빠져올 대마다 은행나무에 이마를 기대는
늘 고통과 함께해온 열다섯 전생애를 용서하라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오는 죽음의 예감마저
모두 용서하며 바라보아라
네 손을 떠난 색색의 종이비행기가
저리도 아름다운 몸짓으로 훨훨훨 날아가
솔숲 사이 바다로 달려가는 오솔길은 단숨에 지나고
바다를 건너 산을 넘어
삶과 죽음의 거리 또한 자유로이 지나
우리가 돌아갈 신의 마을로 날아가고 있구나
우리 다 함께 슬픔없이 돌아가 뛰놀
그 마을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며
색종이로 곱게곱게 접혀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본다
영혼을 접어 날리는 우열이의 종이비행기를 본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7
-백두산 기행 

 중학교 2학년 국어시간 #서명응의 글 백두산을 가르치며 남쪽의 시인선생은 저절로 신명이 납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 민족의 진산 백두산으로 올라가는 날 유리창 밖 하늘은 맑고 남해바다 한 장도 찰랑찰랑 뛰따라옵니다 임어수를 출발하여 허항령에 이르는 동안은 육진과 삼수갑산의 작은 첩첩봉봉들이 영차영차 우리를 따라와 동무해주었읍니다 삼지를 지나 천수에 도착하여서는 싸가지고 온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선호랑이와 반달곰이 찾아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천수를 떠나 백두산을 오르며 나는 신명에 겨워 미칠 것만 같아 잊고 살아온 역사를 북만주 벌판을 달리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부끄러운 추억으로 남은 분단 마흔 몇 해의 이야기도 들려주었읍니다 백두산 흰 봉우리가 가까와질수록 소백산 보다산 마등령 덕은봉 온항령 설령 참두령 원봉 황토령 후치령 통파령 부전령 상검산 하검산의 봉우리들이 우리 발 아래로 힘차게 달려와 하나가 되고 요동 혜산진 무산 회령의 기와지붕들이 정답게 보였습니다 험하고 거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온 산은 정상이 다가올수록 마치 할아버지의 품속에 안긴 듯 참으로 포근하였습니다 한몸의 남과 북이 더 먼 북쪽 우리의 옛땅들도 더욱 정답게 내려다 보였습니다 그때 마침 마치는 종이 길게 울렸습니다만 중학교 2학년 국어시간 남쪽의 시인선생은 그래도 신명이 납니다 이제 다음 시간이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백두산 상상봉에 이르러 만세도 부르고 노래도 부르며 백두산 천지물에 부르튼 발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니까요

#. 조선 영.정조 때의 학자 

 

바다가 보이는 교실 8
-통일 전망대 오르며

너희들은 알겠니
남녘 끝 진해에서
부산 포항 강릉 주문진 속초 화진포 지나
강원도 고성군 수복지역 이곳까지
전세내어 달려온 신형 관광버스로도
장전 통천 원산 흥남 성진 청진
이제 더 갈 수 없는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음을
너희들은 알겠니
민통선 북방마을 지나
마달리 고개를 오르며
이제 저곳이 이 나라의 끝이다
가고 싶어도 더이상 갈 수가 없구나
이곳은 이름하여 통일 전망대
모아라 남쪽 아이들아
저기 육안으로도 환히 보이는
저 산이 금강이란다
저 금강 너머 서해바다 끝은 사리원 남포
우리는 같은 위도 위에 서 있지만
더이상 갈 수가 없단다
만날 수도 없단다
통일 전망대에 올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힘차게 부르는
남쪽 우리반 내 아이들아
통일은 전망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라
저 산 너머에도 하늘과 땅과 바다가 있단다
마을과 사람과 길이 있단다
오늘은 다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있음을 알아라
그 길의 아픔을 알아라
내일은 너희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알아라

 

바다가 보이는 교실 9
-첫 눈

잠시 교과서를 덮어라
첫눈이 오는구나
은유법도 문장성분도 잠시 덮어두고
저 넉넉한 평등의 나라로 가자
오늘은 첫눈 오는 날
산과 마을과 바다 위로 펼쳐지는
끝없는 백색의 화해와 평등이
내가 너희들에게 준 매운 손찌검을
너희들 가슴에 칼금을 그은 편애를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구나
잠시 교과서를 덮어라
순결의 첫눈을 함께 맞으며
한 칠판 가득 적어놓은
법칙과 법칙으로 이어지는
죽은 모국어의 흰뼈를 지우며
우리들 사이의 먼 거리를 하얗게 지우자
흰 눈발 위로 싱싱히 살아오는 모국어로
나는 너희들의 이름을
너희들은 나의 이름을
사랑과 용서로 힘차게 불러 껴안으며
한몸이 되자
한몸이 되어 달려나가자

 

바다가 보이는 교실 10
-유리창 청소

참 맑아라
겨우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열이, 열이가 착하게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

먼 해안선과 다정한 형제섬
그냥 그대로 눈이 시린
가을 바다 한 장
열이의 착한 마음으로 그려놓은
아아, 참으로 맑은 세상 저기 있으니

 

바다가 보이는 교실 11
-새벽 리코더 소리

음악 실기시험이라도 있는 것일까
새벽 빈 교실에서
누군가 리코더를 불고 있네
열세 살 온 영혼 리코더에 담고서
서툴게 한 음 한 음
머나먼 스와니 강 홀로 건너가고 있네
아름다워라 새벽 리코더 소리여
맑은 영혼의 향기여
나의 가르침 나의 시에도
저리 맑은 영혼 담을 수는 없을까
내 영혼은 어떤 향기를 머금고 있을까
조용 조용 발길 되돌리며
착하게 뉘우치는 순결한 새벽
환하고 따뜻한 아침 오네
가슴 열어 부등켜 안고 싶은
눈부신 아침 오네


우리는 감로로 공양하나니 우리에게 죽음도 이미없도다 - Designed by 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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