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김혜화 작시, 이건용 작곡
음반: 함께 사는 세상 (민중문화운동연합)
어서 가그라 내 아들아
마음 약해진다 돌아보지 말고
어서 가그라 내 아들아
산들도 주저앉어 신음을 허고
벌판도 농약먹고 뻗어버렸다
메말라 비틀어진 고향의 마을
메말라 비틀어진 고향의 마을
돌아보지 말고 어서 가그라
어서 가그라 내 아들아
명절이라고 내려오지 말고
독허게 살어라 내 아들아
고리채 잡부금에 등이 휘었고
신경통 해소병에 속이 골았다
통곡과 자살기도 술주정의 고향
통곡과 자살기도 술주정의 고향
돌아보지 말고 어서 가그라
어서 가그라 내 아들아
서울놈헌티 질들이지 말고
이를 갈며 살어라 내 아들아
니 가슴 깊은 곳에 발톱 돋거든
저 산의 힘센 뜻을 깨우치거든
집채만헌 호랑이로 돌아오니라
집채만헌 호랑이로 돌아오니라
아먼 하먼 돌아와야 헌다
배웅
김혜화 시
어서 가그라
허옇게 눈을 치뜨고 뻗어버린
농약중독의 벌판
연체이자 잡부금에 어깨가 내려앉고 등이 휘고
신경통과 해소병에 골골하는 사람들이
말라비틀어진 마을에 근근히 매달려 있는 고향
맘 약해질라
돌아보지 말고 가그라
호랭이 물어갈 놈의 세상이면 어김없이
집채만헌 호랭이 몇 마리 길들여
개만도 못한 세상을 물어가던 산
난리 때면 우우우
사람보다 먼저 소리소리 질러대며
죽창을 꼬나 들고 일어서던 산
봐라
그 힘 센 산들까지 무릎이 꺾이고
발등이 찍힌 채로 주저앉아 신음을 해쌓는디
인자 다시 무슨 함성이 일겄느냐
뚝심 좋던 산 뜨거운 가슴만 믿고
혹시 고향이라고 돌아올라
내 아들아
수입소 병든 소 암소 황소 비육소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대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끝내
소뿔보다 단단한 빚뿔에 받혀
빈 외양간 구석에 나가떨어진 아들아
빛 좋은 개살구 영농후계자 내 아들아
어깨조차 못 펴고 서울 길 천릿길
올림픽 공사판 찾아가는 길
바튼 기침도 늑막염도
오열과 자살기도의 술주정도 버리고 가그라
서울놈들 한티 길들지 말고
이 악물고 살아야 쓴다
애비 회갑이라고 내려오지 말고
설이라고 추석이라고 귀성인파 틈에 끼지 말고
독살스럽게 살아야 쓴다
이를 감시로 살다가
니 가슴 깊은 곳에 호랭이 발톱 하나 돋거든
호랭이 길들이던 산의 힘 센 뜻을 깨치고
집채만 헌 호랭이로 돌아오니라
아믄
꼭 돌아와야 쓰재
내 아들아 어서 가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