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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보스니아 내전·미 이라크 침공 부른 맹신·광신주의 만행 폭로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의 허구성, 논리·과학적으로 입증
한겨레신문 고명섭 기자  


21세기 대명천지는 종교에 관한 한 중세의 암흑기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인종청소라는 말을 탄생시킨 보스니아 내전은 종교의 분할선을 따라 원한과 복수의 화염을 피워 올렸다. 어제까지 친구였던 이웃사람들이 다음날 원수가 돼 서로 죽이고 죽임당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한복판 쌍둥이 빌딩이 주저앉았다. 현대판 십자군전쟁이 뒤따랐다. 9·11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이 불바다로 변했고, 이라크가 생지옥으로 변했다. 전쟁은 끝날 줄 모른다. 침략전쟁은 내전으로 뒤엉켜 종파간 골육상쟁이 온나라를 피로 물들였다. 모두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반인간적 악행이다. 종교를 이대로 두어도 좋은가?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어떤 지식인도 건드리기 어려운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 과감한 발언을 했다. 발언을 한 정도가 아니고 아예 탄핵문을 썼다. 지난해 출간돼 영미권을 강타한 <만들어진 신>(원제 ‘신이라는 망상’)이 과학자의 양심을 걸고 맹신의 폐해를 폭로하는 장문의 고발장이다. 진화생물학의 최고 권위자답게 지은이는 이 고발장에서 종교가 논리적으로든 과학적으로든 성립 불가능한 것임을 입증한다. 글머리에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힌 그는 이 책의 전편에 걸쳐서 ‘신이 없다고 믿는 것’이 ‘신이 있다고 믿는 것’보다 왜 더 바람직한지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자신의 우월성을 자랑하려는 차원의 설명은 아니다. 그는 이 책이 특히 미국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종교적 근본주의가 광신의 지경에까지 이른 이 나라의 몽매 상황이 21세기의 재앙을 불어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이 책에서 모든 종교를 다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가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브라함이라는 태곳적 부족장에게 뿌리를 두고 있는 세 종교, 곧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다. 그 가운데서도 오늘날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기독교가 비판의 주요 대상이 된다. 기독교를 필두로 한 세 종교가 믿는 신은 유일신이고 인격신이며 창조신이다. 수염 달린 할아버지가 우주와 인간을 창조해 주재한다는 믿음은 합리적 정신의 소유자에겐 ‘망상’으로 치부될 일이지만, 미국에서라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미국은 인류의 과학적 성과인 진화론이 창조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의 나라다. “현재 미국에서 무신론자의 지위는 50년 전 동성애자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무신론자임을 밝힌 사람이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것은 이 나라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이성의 빛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절박한 문제가 된다.

그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결코 기독교 원리 위에 세워진 나라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미국의 국부들은 절대 다수가 종교적 아집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정치와 종교를 엄격히 구분하는 세속주의 신봉자들이었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최상의 것은 종교가 없는 세계일 것”이라고 했고,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기독교는 여태껏 인간이 갈고닦은 체계 중 가장 비뚤어진 체계”라고 말했다. “오늘날 종교적 광신주의가 미국에서 마구 날뛰는 모습을 미국의 국부들이 보았다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대에 걸쳐 대통령이 된 조지 부시 집안이 이 미국적 광신주의의 두드러진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무신론자인 미국 시민도 동등한 시민권과 애국심을 지닌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버지 부시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오. 이곳은 신의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됐다. 아들 부시의 광신은 요크셔의 살인마 피터 섯클리프의 광신을 닮았다. “섯클리프는 여자들을 죽이라는 예수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다고 했다. 아들 부시는 신으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은이는 한마디 덧붙인다 “딱하게도 신은 그곳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계시는 내려주지 않았다.”

지은이는 기독교의 광신적 행태가 <성서>의 뒷받침을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구약 성서>의 야훼는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다.” 그 신은 “시기하고 거만한 존재, 좀스럽고 불공평하고 용납을 모르는 지배욕을 지닌 존재, 복수심에 불타고 피에 굶주린 인종 청소자, 여성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증오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유아를 살해하고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자식을 죽이고 전염병을 퍼뜨리는 변덕스럽고 심술궂은 난폭자”로 등장한다. 기독교 광신주의자들의 행태는 거의 모두 이 신을 빼닮았다.

그런데도 신을 믿어야 하는가? 많은 신앙인들이 종교가 있기 때문에, 신이 있기 때문에 이 땅에 도덕이 있고 정의가 설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선하게 살려고 애쓰겠는가?’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지은이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인간을 저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것은 하늘에 있는 거대한 감시카메라를 돌아보면서 혹은 당신의 머리에 든 아주 작은 도청 장치에 대고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지 도덕이 아니다. 오로지 처벌이 겁나서 그리고 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한 것이라면 우리는 정말로 딱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신에 대한 믿음이 인간을 오히려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도 한다는 점을 지은이는 블레즈 파스칼을 인용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종교적 확신을 가졌을 때 가장 철저하고 자발적으로 악행을 저지른다.” 만약 십계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그래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라는 계명을 충실히 지킨다면, 그런 기독교인은 탈레반을 비난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있던 높이 45미터의 바미얀 불상들을 폭파시킨 탈레반의 어처구니없는 문화 파괴 행위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강직한 신앙심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

지은이는 무신론도 얼마든지 도덕과 윤리와 양심을 세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신이 있다는 확신 속에서 그 신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무수한 만행을 생각하면, 그의 주장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생물학 논쟁 불붙인 지식계 대중스타

리처드 도킨스는 활동 중인 생물학자 가운데 최고의 대중적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76년 펴낸 <이기적 유전자>로 과학계를 넘어 지식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우리는 생존 기계다. 곧 우리는 로봇 운반자들이다.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인간을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일종의 자동인형으로 묘사한 이 책은 그에게 대중적 명성을 안겨줌과 동시에 그를 엄청난 오해와 논란의 소용돌이로 밀어넣었다. 인간을 유전자 단위의 비참한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인간의 모든 고귀한 자질을 이기주의로 환원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나 도킨스는 자신의 견해을 굽히지 않았다. 유전자는 자기를 보존하고 번식하는 이기적 목적만 지니고 있지만, 바로 그 이기적 목적을 효과적으로 이루려는 과정에서 인간의 모든 이타적 덕성들이 나타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전자 차원의 이기주의야말로 인류적 차원의 이타주의의 원천임을 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5년 뒤 쓴 <확장된 표현형>에서 그는 유전자를 생물학을 넘어 문화의 차원으로 확장했다. ‘밈’이라고 이름붙인 ‘문화적 유전자’가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자기 진화를 거듭해 모든 문화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의 논증이었다.

다시 5년 뒤 쓴 <눈 먼 시계공>은 이번에 나온 <만들어진 신>의 전편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세계를 설계하고 창조한 초월적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도 우주가 스스로 진화를 거듭해 복잡한 지적 생명체까지 탄생시킬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생명을 설계한 ‘시계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찰스 다윈이 말했던 ‘자연선택’임을 그는 입증했다. 자연의 시계공은 아무런 목적도 욕망도 없이 스스로 설계하고 작동하는 ‘눈 먼 시계공’이다.

그가 지식계의 대중스타가 된 데는 1급 에세이스트의 필력도 한몫을 했다. 그의 문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최근에 동료 과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리처드 도킨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뛰어난 문체에 대해 이 책은 증언한다. “도킨스의 문장은 운율이 아주 잘 맞았고, 사용된 용어도 아주 정확했고, 유익한 논증으로서만이 아니라 세련된 문학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이 조리 있게 표현돼 있었다.” 통상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문체에 신경쓰다 논증의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달리, 도킨스는 논리적 증명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문장을 살려냈고, 그 살아 있는 문장이 논증력을 오히려 키웠다. <만들어진 신>에서도 그가 자신의 견해를 입증하려고 얼마나 문장을 갈고닦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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