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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떠났는가’ 종교의 울타리를 뛰쳐나온 사람들 이야기
경향신문 2015-03-20 이윤정 기자


ㆍ물질주의·비리에 실망해… 먹고살기 바빠서… 종교 밖으로
▲ 교회 청소노동자로 일한 50대
“산재 인정 땐 불이익 온다며 교회서 일하다 다치니 해고
 노동위 복직 명령도 무시해”

▲ 물질주의에 돌아선 사람들
“성전·사찰 건축에 열올리고 도덕적 타락 등 비리 많아
 본연의 모습 사라진 지 오래”

▲ 20대 직장인 안모·신모씨
“보수색 짙어지고 중산층화… 점점 이익집단처럼 느껴져”
 “업무에 치여 주말엔 쉬어야”

종교를 떠나는 사람,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종교기관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4월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에게 현재 종교를 믿는지 물은 결과 ‘믿는다’는 응답과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반반이었다. 종교인 비율은 2014년 현재 50%로 10년 전 대비 4%포인트 줄었다. 2012년 10월 글로벌리서치가 만 19세 이상 남녀 51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 종교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2004년 57.0%에서 2012년 55.1%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이 피습을 당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빌며 부채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광기’라고 보도했다.

 한때 삶을 의지했던 종교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에 대한 불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갤럽 조사에서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다’(45%)를 제외하면 비종교인 19%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 때문’이라고 답했다. 글로벌리서치가 기독교인이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목회자들과 교인들에 대한 실망’을 지적한 답변이 37.7%나 됐다.

‘물질주의’는 종교 불신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행태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등록교인이었던 변호사 유정훈씨(41)는 5년 전 예배 시간을 잊을 수 없다. 담임목사가 1만명이 넘는 신도 앞에서 유씨의 블로그를 지칭해 “인터넷에 교회와 목사를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 성도 여러분이 백기사가 되어 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교회가 서울 강남지역에 수천억원을 들여 신축에 나선 것을 알고 블로그에 비판 글을 올렸다. 교회 부목사는 유씨에게 글을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유씨는 “건전한 비판이라는 생각에 글을 지우지 않았더니 담임목사 뜻을 받드는 교인들이 수백개의 댓글을 달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블로그 백기사’ 사건 이후에도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교인이 교회 운영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아직까지 건축 설계도 등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신도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씨는 “2013년 미국 연수 후 교회를 떠났다. 작은 교회든 큰 교회든 비리가 가득한 한국 교회를 개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종교 밖으로 나온 이유를 털어놓았다.

송수지씨(33·가명)는 고교 시절 “삶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다가 서울 유명 사찰의 ‘청소년 불자 클럽’에 들게 됐다. 또래들과 비슷한 고민을 나누면서 종교적 갈증을 풀 수 있었지만 사찰의 세속적인 행태에 실망했다. 송씨는 “신도 모집에만 열 올리고 돈에 집착하는 모습이 불교 사상과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신도에겐 ‘비움’을 강조하면서 큰 사찰 주지스님들은 중형차를 몇 대씩 몰고 다니는 식”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10년째 절에 발길을 끊고 있다.

종교기관의 비리도 탈종교를 부추기는 주원인이다.

교인이면서 교회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최미순씨(54·가명)는 2012년 10월 교회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쳤지만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교회는 산재를 인정하면 불이익이 돌아온다며 초기 검진비만 지불하고 최씨를 해고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복직 명령을 받았지만 교회는 적반하장이었다. 최씨가 복직하기도 전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3개월 정직 조치를 내린 것이다. 최씨는 “교회 사무처장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며 계속 협박했다. 교회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며 분노했다.

기독교단체 간사로 일하는 오수경씨(37)는 5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목사와 유부녀 성도의 불륜 사건을 접한 뒤 교회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 그는 “교회는 비리투성이면서 교인들에겐 엄격한 도덕을 강조한다”며 “이런 교회를 어느 누가 믿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삶을 위로하고 약자를 보듬는 종교 본연의 모습이 사라진 데 실망한 사람도 많다. 종교기관의 이익집단화나 정치세력화 탓이 크다.

직장인 안석영씨(29·가명)는 3년 전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영세를 받을 만큼 신앙심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다. 어느 날부터 성당에 나가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안씨는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의 학력과 경제력은 다른 종교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천주교의 중산층화가 굳어져 갈수록 보수적인 색채가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민주화를 이끌고 약자를 보듬던 한국 천주교의 정신이 퇴색했다는 자괴감이 안씨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한 것이다.

모태신앙인이었지만 3~4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는 최삼열씨(42)는 최근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때 ‘부채춤 예배’를 보고 실소했다. 최씨는 “한국 교회는 권력과 유착해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며 “정치집단처럼 돼 버린 교회는 이미 공적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제도종교’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종교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내부 쇄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현대 종교는 세속주의적인 영적 상품이 돼가고 있다”면서 “종교기관이 내부적으로 개혁하고 제 모습을 찾지 않는 한 탈종교 세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빡빡한 생활 때문에 정기적으로 종교기관에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상당수 응답자들이 종교를 등지는 이유로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8%)라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먹고살기 힘든 젊은층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각종 조사들이 최근 10년간 종교인 비율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청년층 감소’를 꼽고 있다.

갤럽 조사 결과에서도 2004년 45%였던 20대 종교인이 2014년 3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새 14%포인트나 급감했다. 30대 종교인도 같은 기간 11%포인트 줄었다.

신형석씨(28·가명)는 2~3년 전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신씨는 “평소 과중한 업무에 치여 주말엔 무조건 쉬고 싶다”고 말했다.

손승호 한국기독교연구소 연구위원은 “여러 이유로 종교가 사양산업이 되고 있는 데다 비과학적인 것을 경계하는 사회 분위기가 종교에 대한 관심 자체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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