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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가 열전] 10. '아웃라이어' 김민기
'아침이슬'로 각인된 시대의 양심이자 저항의 대명사
부산일보 2016-05-19 최성철·페이퍼레코드 대표


1970~1980년대 청년 문화의 원형을 만들었고 독재정권의 대척점에 섰던 김민기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페이페레코드 제공

1970~1980년대 청년 문화의 원형을 만든 사람이자 노래와 연극, 문학을 아우르며 한국 문화의 새 지평을 연 르네상스적 인물. 나이 만 스물에 지은 '아침이슬'을 평생 꼬리표로 달고 다니며 독재정권의 대척점에 선 투사. 극단 '학전' 대표. 1991년 개관한 소극장 '학전'은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방은진 같은 이들을 배출한 한국 문화계의 산실이자 가수 고(故) 김광석이 1천 회 공연을 한 곳이다. 더불어 독일의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 원작 뮤지컬 'Line 1'을 한국적 상황과 정서에 맞게 각색·번안해 2008년 종연 때까지 15년간 관객 70여만 명을 불러 모으며 4천 회나 공연된 국내 최장수 록 뮤지컬 '지하철1호선'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의 아웃라이어(Outlier)가 된 바로 '김민기'다.

물감 살 돈 없어 미술학도 노래 시작 
국민적 인기 불구 불온 딱지 줄줄이 
한국적 정서·시대의 고민 '오롯이' 

해금까지 15년…연출가로 '우뚝' 
'지하철 1호선' 4천 회 공연 기록도

■온갖 탄압에도 민중을 파고든 시대의 송가

1951년 3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죽임을 당한 의사 출신 아버지와 눈도 못 맞춰본 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서울 재동초등학교와 경기중·고교를 졸업 후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중·고교 시절 미술반 활동과 독학으로 기타를 배워 1969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하자마자 동기 김영세(이노디자인 대표)와 함께 도깨비 두 마리라는 뜻의 '도비두'라는 듀엣을 만들어 활동했다. 또 송창식, 서유석, 김도향, 윤형주 등 젊은 통기타 가수들의 활동 무대였던 명동 YMCA '청개구리'의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 무렵 서강대를 다니던, 이후 김민기의 페르소나로 불리게 된 양희은을 만났다. 그녀를 위해 데뷔곡인 '아침이슬', '그날', '작은 연못', '서울로 가는 길' 등을 작곡했다. 김민기 노래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꾸밈없이 당당한 양희은의 목소리에 실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71년 1월, 그림물감 살 돈이 없어 노래를 시작한 미술학도의 인생을 마치 반체제 혁명가 못지않은 혹독한 탄압과 감시와 고통의 가시밭길로 몰아붙인 문제작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작곡가로서 높은 역량을 과시했던 김민기는 음악평론가 최경식의 주선으로 전대미문의 첫 음반인 '김민기 노래모음 1집'(1971)을 발표한다. 

A면에는 '친구', '아하 누가 그렇게…', '바람과 나', '저 부는 바람', '꽃피우는 아이', B면에는 '길', '아침이슬', '그날', '종이연', '눈길 경음악'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었다. 훗날 김민기의 유일한 이 정규앨범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음반'이라는 찬사조차도 공허할 정도로 막강했다. 

당시 외국의 포크음악을 번안하여 발표하던 통기타 가요에서 나아가 한국적인 정서와 젊은이들의 시대적 고민을 담아내었고 음악적으로도 한국 포크음악의 방향을 제시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낮은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암시적인 가사와 아름답고 단출한 기타 선율은 당대 청춘의 리트머스지였고 시대의 송가가 된다.

김민기는 주로 민중들의 현실이나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현실 비판적인 노래를 많이 만들어 힘든 시절을 보낸다. 앨범 발매 이듬해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 공연에서 부른 '꽃피우는 아이'가 불온하다는 이유로 동대문경찰서에 연행되었고, '양희은 고운노래 모음 1집'(1971)에 수록된 김민기 작곡의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아침이슬'이 대한민국의 적화를 암시하고 '그날'과 '엄마! 엄마!'는 시의 부적합하고 허무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로 김민기의 곡은 방송과 대중매체에서 사라졌고, 그의 앨범 또한 거의 전량 압수 폐기되어 음반 진열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하지만 지하에서 불법 복제한 고가의 카세트테이프라도 어렵사리 구해 돌려 들을 정도로 그의 음악은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더불어 금지된 그의 노래들은 사회성을 획득하며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소외된 노동 현장에서, 시대를 논하는 각종 모임에서 불멸의 생명력을 가지며 저항가요의 대명사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됐다.


김민기 앨범. 

■연출가·공연기획자로 우뚝 선 시대의 양심

김민기 노래들은 1972년부터 1987년 6·29 선언으로 해금될 때까지 무려 15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견디어내야 했다. 대학 시절 시인 김지하 등이 회원으로 있던 폰트라(Pontra, 쓰레기 더미 위의 詩)라는 문화연합회에 가입하면서부터 현실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다.

유신체제가 시작된 1975년 긴급조치 이후 정치적 탄압으로 정상적인 가수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1977년 졸업 후 전북 김제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농촌의 청년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다. 1973년 김지하가 쓴 연극 '금관의 예수' 공연에 참여하여 '금관의 예수'라는 곡을 만들었다. 1974년 노동운동을 주제로 만든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작사·작곡했다. 이어 1978년 일본의 기생 관광에 초점을 맞추어 한·일 관계를 풍자한 최초의 창작마당극 '소리굿 아구'에서 음악과 각본을 담당했으며, 이애주의 무용극 '땅굿' 등에 참가했다.

제대 후 공장 생활을 하며 만든 '거칠은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은 훗날 '상록수'라는 제목으로 사랑을 받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기도 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에는 극단 광대의 창작극 '돼지풀이'를 기획하고 정부의 압력을 피해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했다. 1981년 마당극 '1876년에서 1894년까지'를 만들어 전주에서 소규모로 공연을 가졌으며 이 작품을 개작해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1983)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연극제에 출품하기도 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1984)을 제작하고 이듬해 당시 나이 서른다섯에 결혼을 한다. 88서울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못한 선수들을 위한 TV프로그램의 주제 음악인 '봉우리'라는 명곡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대한민국을 소리 없이 강타한다. 

1991년 '겨레의 노래' 총감독을 맡았던 그는 1990년대 문민정부와 함께 자신의 음악이 재평가되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연출가와 공연기획자로 변신한다. 극단 '학전'을 설립한 후 그의 모든 음악적 역량이 녹아든 '지하철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의 록 오페라와 록 뮤지컬, 연극을 무대에 올려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었으며, '학전 소극장'을 통해 김광석, 안치환, 들국화, 동물원 등 소극장 라이브콘서트 무대를 만들며 대중음악의 지평도 넓혔다.

'김민기 노래모음 1집'(1971) 이후 22년 만인 1993년 그 오랜 금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앨범 4장 '김민기 1·2·3·4'(1993)를 동시에 발표하며 대중들 앞에 돌아온다. 한꺼번에 쏟아낸 이들 작품은 김민기 음악 결산전집인 셈이었다. 이후 마이크를 거둬들인 이 아웃라이어는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시대의 양심이 되었고 목소리가 되었다. 공장 노동자로, 농사꾼으로, 막장 탄부로,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그 스스로 올라선 봉우리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의 가장 높은 봉우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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