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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M-민족-국악작곡가 류형선의 십자가는?
KBS 국악대상 작곡상에 한국대중음악상 크로스오버(음반) 후보까지
뉴스앤조이 조호진 2009.02.19

서른 후반, 작품여행 중이었다.

왕복 2차선 지방국도 옆에는 아름답게 어우러진 누런 곡식과 실바람, 새 떼와 뭉게구름…. 곱디고운 농촌 풍경에 취해 테마 몇 개를 작곡한 그는 포만한 기분으로 차를 몰며 마을 읍내 가게에 들어섰는데 옆집에서 곡소리가 들렸다. 40대 초반의 사내가 서너 시간 전에 자살했다는 것이다.

차를 몰고 한참 가던 도중 갑자기 신음이 터져 나왔다. 목울대가 울컥거리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빚더미와 파산, 가족붕괴와 농약병이 뒹구는 농촌에서의 생존을 견디지 못한 한 사내가 자살을 감행하던 그 시간에 농촌 풍경에 취해 곡을 썼던 것이다. 삶의 고통과 연대하기보다 모르핀 주사로 죽음을 방조하는 행위에 은연중에 가담했다는 자책감으로 한참을 앓아야 했다.

"내 음악이 갈망했던 '아름다움'의 실체,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이 고통스러운 내러티브는 작곡가 인생 내내 지병(持病)처럼 엄습하였다. 여섯 줄의 징검다리를 타고 가는 내내 멍에 같은 이 화두를 거머쥐고 살아야 했다."

작곡가이자 음악프로듀서 류형선(44)의 프롤로그다.

민족·국악·CCM 작곡가의 길…2008 KBS 국악대상 작곡부문 수상

고2 때, 은밀히 유통되던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불법 테이프와 악보를 접한 충격으로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국악과 양악을 바탕으로 민족음악·클래식·CCM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곡가와 음악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그에게 '2008 KBS 국악대상' 작곡부문 수상의 영예가 안겨졌다.

그의 음악에는 국악이 관통하고 있다. '감꽃'(오봉옥 시)을 시작으로 국악과 첫 입맞춤을 한 그는 서른여덟에 국악 작곡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강은일의 해금 독주곡집 <오래된 미래>를 작곡·음악연출 했다. 그는 국악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운명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생존과 시대와의 소통을 고민하고 있다.

서양음악(한양대 음대 작곡과)과 우리음악(국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 을 전공한 그는 국악과 양악의 조율을 통한 새로운 전통음악 창출과 대중성 확보를 과제로 삼고 있다. 뮤지컬 <못 다한 사랑-백범 김구>와 CCM <새 하늘 새 땅>과 <조율콘서트> 음악감독, 김재준 목사의 찬송시를 노래한 칸타타 <새벽날개 햇빛타고>, 실내악 <두 대의 가야금과 해금을 위한 메나리>, <대금 해금 가야금을 위한 두 개의 자장가> 등의 작품을 생산했다.

개신교인(하름교회)인 그는 '예수님 서울에 오셨네', '고등어 두 마리와 찹살떡 다섯 개' 등이 담긴 <우리는 평화가 되자>, <희년을 위한 우리의 행진> 등의 진보적 CCM 작품과 100회가 넘는 기독교 문화공연 연출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시대적 목소리를 높였다. '쿰바야'(홍순관 노래), '그 힘을 어디에 쓰랴'(안치환 노래), '가시나무'(조율밴드 연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음악을 통한 시장(대중화)과의 정면 승부는 계속될 것이다. CCM 가수 조수아, 송정미도 그에게 작품을 받아 앨범을 냈다.

늦봄 문익환 목사로부터 역사에 대한 진정성과 감수성을 수혈 받은 그는 대학 4학년 때, '그대 오르는 언덕'(작시 문익환)을 늦봄에게 방북 헌정곡으로 드렸다. 94년 늦봄이 소천하자 '늦봄 가시는 길목'으로 하늘가시는 길을 밝혔고, 2000년 김원중, 정태춘, 홍순관 등이 참여한 늦봄 헌정 앨범 <뜨거운 마음>의 작곡-음악연출로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이와 함께 전경옥 2집 <사랑앓이>, <김원중 4집>, 전래자장가 <자미잠이> 등의 음반 작곡과 음악프로듀서 활동을 해왔다.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음반) 부문 후보

그에게 2009년은 지난해에 이어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인가?

류형선의 첫 작품집 <여섯 줄의 징검다리>가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한 재즈&크로스오버'(음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부문 다른 후보로는 라벤타나 <Como El Tango,Como El Jazz>, 몽라<Jealousy>, 미연&박재천 <Dreams From The Ancestor>, 앨리스인네버랜드 <Alice In neverland (Monologue Project)> 등 다섯 음반이 경쟁을 벌인다. 제5회 이 부문에선 보컬리스트 웅산의 <Yesterday>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류형선이 작곡-음악연출 한 전경옥 2집 <사랑앓이>는 제1회(2004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해금, 피리, 대금 등의 전통 악기와 여섯 줄의 기타가 어우러진 <여섯 줄의 징검다리> 앨범은 '눈사람'(해금과 기타를 위한 세 개의 단상), '나무가 있는 언덕'(피리 독주곡), '인연'(명상음악) 등 3곡의 연주곡과 3곡의 노래 등 모두 6곡으로 구성됐다. 연주 3곡엔 과거로서의 국악이 아니라 미래의 전통을 향해 물처럼 흐르면서 시대의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선율이 담겨 있다.

노래 3곡 중 미국 작가 엘리스 워커가 작시한 '고문'은 직접 불렀고, 도종환 시인의 시 '멀리 가는 물'은 전경옥, 고(故) 문익환 목사의 시 '고마운 사랑아'는 정태춘이 불렀다. 자신이 작곡한 수많은 곡 중에서 기타가 징검다리를 놓아준 6곡을 엄선했다. 노래 3곡엔 인간 존엄을 말살하는 전쟁과 파괴 속에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과 아름다움(고문), 역사에 대한 믿음과 아픔과의 연대(멀리가는 물), 헌신과 희생 속에서 싹 튼 사랑(고마운 사랑아)이 울린다.

'한국대중음악상'은 17일~24일까지 8일간 포털 네이버(뮤직)를 통해 남, 여, 그룹 등 3개 부문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 박진영, 장기하, 김동률, 토이, 휘성, 강산에 등 남자 아티스트 후보 19명 가운데 작곡가이자 국악 앨범으로서는 류형선이 유일하다. 여자 아티스트 후보는 윤하, 이효리 등 8명이며, 그룹 후보는 '언니네이발관' 등 26개 그룹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오는 26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이날 종합분야 4개 부문, 장르분야 16개 부문,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3개 부문, 특별 분야 2개 부문 등 총 25개 부문의 수상자 및 수상작을 발표한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선정위원장을 맡았으며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등 교수,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 담당 PD와 기자 등 52명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 6회 공로상은 산울림으로 결정됐다.

[에필로그] 류형선의 음악이 가야할 길

수도권(포천)에서도 외곽 거주자인 그는 아파트나 땅 혹은 주식 따위의 투기 혹은 투자 자산이 없다. 아내와 두 아이, 진돗개 2마리와 유기견 1마리 등 모두 여섯 식솔의 생계 책임자인 그가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예수 십자가의 피 흘림, 눈물과 연대하기 위해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식솔 부양을 책임지기 위해 작곡 노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작업(작곡 및 음악PD)은 이미 짜여 있고, 그에게 곡을 받기 위해선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하니 생계전선에 큰 이상이 없어 보인다. 음악엔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작곡가 류형선이 부르는 연대의 노래는 다음과 같다.

억울함 당하는 이들에게 위로로 깃드는 음악이라면,
내 팔 안쪽자리로 품고
밤새도록 쓰다듬어 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싸매주는 음악이라면,
아침저녁으로
안쪽 주머니에 넣고 다닐 것이다.
길 잃은 이들의 길동무가 되는 음악이라면,
같이 마주 앉아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고 싶을 것이다.
하물며
그들의 눈물이 되는 음악이라면,
그들의 상처가 되고,
아픈 일상이 되며,
때로는 성난 눈빛이 되는 음악이라면,
나는 다소곳이, 그 곁에 다소곳이 누우리.
밤새 내 여린 등을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고 또 조르고 싶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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