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새봄엔
-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1988년)
가자 이웃들 친구들
큰 파도가 되어
골목길 신작로를 메우며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서
들길을 지나 다시 철길을 질러
가자 버려진 우리들 마을을 찾아
거룻배 통통대는 배터로
말강구 설치는 시골 장터로
노래를 찾아 잃어버린 우리들
옛 얘기를 찾아
가자 형제들 낯모르는 내 형제들
큰 바람이 되어
땀 밴 내 땅 두발로 밟으며
피 엉킨 논밭 가슴으로 만지며
모든 숨결 큰 바람이 되어
가자 얻어 입은 누더길랑
벗어던지고
얻어 먹은 음식찌끼 시원히 토해내고
휴전선도 짓밟으며
지뢰밭 총칼밭도 파헤치며
가자 친구들 이웃들 형제들
한덩어리 되어
큰 불길이 되어
뜨거운 노래로 눈보라를 녹이며
반백 년 얼어붙은 하늘과 땅을 녹이며